독서에 푹 빠지고 싶을 때면 주저없이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을 집어든다.
이번에도 역시나 책장을 다 넘기는데 얼마 걸리지 않았다.
이 소설은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야구부 유격수로 활동하는 남학생인 니시하라가 주인공이다.
그는 사업을 위해서라면 가족도 희생시키는무능한 아버지와 뻔한 설교나 늘어놓는 선생님들을 경멸하고 싫어한다.
마음은 세상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아픈 여동생을 위해 니시하라가 할 수 있는 것은 야구 시합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 뿐..
그러던 어느 날 한 여학생의 사고로 학교를 상대로 가장 강력한 반항을 시작한 영웅으로 떠오른다.
학생들은 주인공의 반항을 계기로 저마다 저항운동을 시작하고
이 일로 비난을 받던 여교사가 살해된 채 교실에서 발견된다.
앞서 벌인 저항 때문에 니시하라는 여교사살인사건의 용의자로 떠오르고,
그를 응원하던 학생들마저 그를 의심하고,
형사들의 추궁에 대응하며 그는독자적으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그리고 그가 형사와 대화 중에 무심코 던진 야구공이 사건의 단서를 잡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그래서 책의 표지가 손에 테이프를 감은 공을 쥔 손이었구나 하고 이해했다.
부조리에 눈 감는 학생들, 불의에 순응하는 어른들
학교란 공간은 우리 모두에게 수많은 부조리를 알려주었다.
빼곡한 규칙들이 우리의 10대를 옭아맸지만 그것의 기준이나 이유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저 예전부터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우리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었다. 그 부조리에 대한 침묵이 어른이 되어서는 부당함, 불의에도 쉽게 순응하는 어른들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 옮긴이의 말 中
책'동급생'
학교에 처음 들어오는 입학생 어린이들은 교실에 앉으면 꽁꽁 얼어버린다. 집에서 '선생님 말 안들으면 혼난다.','학교는 이제 유치원하고 많이 다르다.'와 같은 협박과 같은 경고를 들어서인지, 아이들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하고 마음 속으로는 선생님 말을 스펀지처럼 받아들일 준비를 한다. 거기서 학교생활 규칙과 같은 여러 가지 약속들을 필터없이 받아 들이게 된다. 이것은 학교 안에서 암묵적으로 교사와 학생 간의 바람직한 모습이다.
한 번 받아들인 규칙은 6년에서 더 길게는 9년 이상 아이들 머릿 속을 지배하는데,
왜 그래야 하는지 따위의 질문은 호기심보다는 반항으로 여겨지는 게 오늘날 우리의 모습이다.
질문이 없는 암묵적 약속과 부조리에 대한 침묵이 어른이 되어서는 부당함, 불의에도 쉽게 순응하는 어른들을 만들어 낸다는 옮긴이의 말이 굉장히 피부에 와 닿는다.
나는 어떤 어른일까
그래서 나는 어떤 어른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불편함을 잘 감수하고 정해진 규칙 나를 맞춰 순응하는 편인데
책 속에 등장하는 니시하라(남자 주인공)의 동급생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부끄럽지만, 학창시절에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게 미덕이라 여기던 나는 분명히
니시하라 같은 반항적인 학생을 나쁘게 바라보았을 것 같다.
또, 내가 저 학교의 교사였다면 니시하라(남자주인공)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봤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마저도 니시하라는 골칫덩어리라는 생각으로 다른 교사들과 뒷얘기를 나누지는 않았을지.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대변한다는 것은
우리 편을 등지는 일이기 때문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총평
이 책은 10대들의 풋풋한 감성 속에서 학생인권문제, 사회구조문제, 환경 문제까지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지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전개 과정에서
약간의 '음?'하는 부분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래, 일본 소설이니까..'하고 너그럽게 지나간 부분도 있었다.
이런 소설 안에서는 범인이 누구일까? 하고 매의 눈으로 단서를 찾지만,
이번 처럼 앞에서 힌트를 주기보다 뒤에서 와장창 하고 밝히는 경우는 사실 나에게 큰 놀라움을 주지는 않았다.
' 아!'하고 무릎을 치기보다, '뭐야.. 이런걸 숨기고 말 안하고 있었어?'하는 작가에 대한
실망스러움 비슷한 감정인가보다.
그렇지만 1993년 작이라는 본 작품이 2020년인 지금 읽어도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은
글의 소재와 스토리가 그리 진부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해 준다.
너무 많은 설정을 넣은 나머지 약간의 억지스러움을 배제한다면,
참 재밌는 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뭔가에 푹 빠져 잡념을 없애고 싶을 때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단숨에 읽기 좋은 책이다.
동급생 저자히가시노 게이고출판소미미디어발매2019.11.15.
저는 아직 초보블로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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